얼마전 안양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잠깐 시간 여유가 있어서 근처에 있는 만안도서관에 갔었습니다. 예전에 학생 때는 일찍 일어날 수가 없어서 도서관에 잘 가지도 않았고, 어떻게 간신히 가더라 가방만 던져 놓고 나돌아 다녀 가방만 공부했었죠. 그래도 새벽에 자리를 맡아놓고 자판기에서 뽑아 먹던 100원짜리 커피가 그립네요.
그렇게 도서관 같은 곳은 나와는 관계없는 걸로만 생각했는데 작년 2015년 가을부터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부터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해서 요즘은 도서관 다니기가 취미입니다. 도서관을 가면 이제라도 나도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뿌듯함을 느끼기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자극을 받으니 말입니다. 오늘도 관외대출실이나 간행물실에서 잠깐 책을 본다던가 잡지를 들춰보기도 하면서 남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도서관에서 뭔가 책을 보고 있으면 괜시리 좀 지적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배나온 아저씨의 인텔리전트 코스프레.. ...
아마 1992년 지어졌다는 이 건물은 그래도 제법 오래된 건물다운 운치가 있었습니다. 경기도 북부에서 곧잘 보이는 새로 지어진 번쩍번쩍하는 뭔가의 최신식 같은 도서관과 같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고, 언제부터 항상 그 자리에 있던 그런 분위기의 건물이었습니다. 사실 도서관 정도는 그런 분위기의 건물이어도 좋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 뭐, 20년 좀 넘은 건물한테 오래된 옛 이야기를 찾는 건 아직 무리이겠지만.
휴일 오후였지만, 제법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 나이 또래 혹은 조금 더 오래된 건물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 학생들은 자기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봐오던 그 건물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겁니다.
비록 우충한 겨울날씨 이긴 하지만, 제법 따뜻하기도 했던 날씨였는데요, 살아가면서 어쩌면 가장 좋을 시절의 한 때를 도서관에서 '노오력' 하는 젊은들의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우리 때는 가방을 던져 놓고 놀러다닐 수 있던 여유는 있었는데 라고 말입니다.
이런 우중충한 시절을 보내면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오고 여름이 오듯이 찬란한 젊음을 보낼 좋은 시절을 맞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렇게 배나온 아저씨처럼 젊을 때 가방만 공부시키면서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이제서야 도서관 근처에서 배회하는 사람도 있지만...